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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 스틸 컷, 출처 : 다음영화

감독 : 이준익
출연 : 송강호, 유아인 외
장르 : 사극, 드라마
개봉 : 2015년 9월

 

<영조와 사도의 관계>

나이 마흔에 얻은 귀한 아들 이선 

조선 21대의 왕 영조와 사도세자라 알고 있는 그의 아들 이선의 비극을 다룬 영화이다.

시작부터 사도세자의 반역을 그리는 장면으로 긴박함이 펼쳐진다. 하지만 영조의 침전 문턱까지 갔지만 차마 아버지를 죽일 수 없었던 사도는 이내 칼을 거두게 된다. 그날의 일이 영조에게 알려지면서, 역모의 죄로 뒤주에 갇히게 된다.

사도세자가 역모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이유는 그의 탄생부터 성장의 시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영조는 숱한 권력 투쟁와 암투, 그리고 죽을 뻔한 고비들을 넘기고 힘들게 왕이 된 인물이다. 그에게는 언제나 그의 형인 '경종'을 독살하고 즉위했다는 오해가 따라다녔다. 그런 그에게 '이선'의 탄생은 영조에게 큰 기쁨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아들을 위해 스스로 책을 지을 정도로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지만, 부모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자식은 드물다. 어릴 때부터 총명한 세자였지만, 커져만 가는 부모의 기대에, 특히 그 부모가 한 나라의 왕이라면 그 기대가 작지는 않을 것이다. 세자가 성장해서 청년기를 되자 영조의 등쌀은 점점 더 심해졌다. 소위 종사를 지킨다는 것에 대한 그의 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형제와 조카까지 죽이고 종사를 지킨 임금들도 계시다

영조의 이런 발언이 '조선의 왕'으로서 그가 가진 강박을 느낄 수 있다. 

영조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하들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해 '선위(abdication of the throne)'를 선포했다. 그럴 때마다 세자 이선(유아인)은 석고대죄(to grovel for forgiveness)를 통해 명(king's order)을 거두어 달라하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영조가 이번에는 선위(abdication of the throne)가 아닌 '대리청정(Vicarious politics)'을 제안한 것이다. 영조는 세자를 앞세우고, 나라에 우환(trouble, misfortune)이 있을 때마다 모두 세자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명을 내릴 때마다 세자를 괴롭혔다.

칭찬에 박할데로 박한 영조는 왕세손의 탄생에도 그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 이유는 후궁이 회임을 하여,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며, 이에 대왕대비가 내명부(a lady of a court)의 기강(law and order, discipline)을 잡느라 후궁을 벌하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영조가 이에 대로하며 또 선위를 논하자 대왕대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하게 된다. 왕실 어른들의 싸움은 그저 부모 자식 간의 싸움이 아니다. 바로 당파 싸움이며 정치적 문제로 이어진다. 아무 잘못 없는 세자는 두 고래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세자를 옹호하던 대왕대비가 사망하게 된다. 이러나 영조는 이를 또 세자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세자 이선은 원래 총명하고 자유분방하던 성격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겹치며 대왕대비의 죽음으로 마침에 세자는 아주 크게 삐뚤어지게 된다. 그리고 영조와 세자의 관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의 관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는 사람들이 다 안타까워할 정도로 세자는 영조에게 시달림을 겪었다. 결국 세자는 멘탈(mental)이 부서지다 못해 정신병적인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영조를 알현하러 갈 때 입는 의복을 입을 때면 살갗에 스칠 때 소스라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옷을 입지 못했고, 환영에 환청까지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벌이게 된다. 이런 세자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순식간에 궁 안에 퍼지게 된고, 세자의 반대세력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폐위시키려는 음모를 벌인다. 그렇게 세자는 역모의 누명까지 쓰게 되었다. 세자는 어떻게든 누명만은 벗어보려고 하지만 영조는 세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게 된다.

너는 존재 자체가 역모야

세자는 기어코 반항심 가득하게 진짜 역모를 꿰하려 하며 칼을 움켜쥐고 영조의 침전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자는 바로 문 앞에서 칼을 거두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들 '이산' 때문이었다. 세자는 영조에게 맞서도 이기려고만 들었지만 자신의 아들은 할아버지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세자가 영조에게 칼을 대게 되면, 결국 자신도 아들에게 피해를 주는 똑같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해 세자는 칼을 거두게 된다.

왕은 반역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형에 처하면 역모를 인정하는 격으로 세손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세자에게 자결을 명하게 된다. 하지만 세자는 그 말을 따르지 않았고, 결국 뒤주에 갇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언제나 신하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왕의 자리는 자신의 아들을 죽여야만, 아버지의 손에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그렇게 그 두 부자는 아들 이선이 죽음의 문턱에 왔을 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단 말이냐...
... (이하 중략)...
그래야 너의 아들이 살 수 있다. 

영조는 반역자인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 조선의 왕 영조는 안도하고, 이선의 아버지로서는 울음을 터트린다.

 

기대보다는 염려스러웠던 캐스팅

유아인의 열혈을 볼 수 있는 사도는 임오화변 (the apostles Crown Prince case)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날의 일이 왜 벌어졌는지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감초 같은 연기로 맡은 배역마다 맛깔스럽게 재연하는 배우 송강호 

조선의 왕 영조라는 캐릭터를 송강호의 색으로 입히기에는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만약 송강호가 전형적인 왕처럼 저음의 근엄함을 연기했다면 정말 이생에 돌이킬 수 없는 망작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왕의 이미지를 그만의 색깔로, 관습을 탈피해서 송강호만의 왕을 연기했다. 시대극을 보면 '~하오' 체를 구사하지만 송강호는 현대적으로 '~하지'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그의 대사가 가볍지 않고, 진짜 아비와 아들의 대화, 신하들과 밀당하는 여우 같은 영조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송강호의 영조는 그동안 알고 있던 <영조>라는 조선의 임금을 완벽하게 재해석한 것처럼 보였다. 

잘생김이 방해스러운 청년, 잘생김마저 연기가 압도해버리는 배우 유아인

유아인의 미소년스러운 이미지는 수염 난 이선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소이다. 소름 끼칠 정도로 입체적으로 연기한 이선의 광기를 보며, 그가 얼마나 절제하며 연기하고 있는지 보였다. 특히나 세자가 뒤주에 갇힌 이후부터 변화하는 감정선을 보고 있자면 그의 통한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배우 유아인의 동작은 선이 그려진다. 마치 현대무용을 하는 무용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의 광기를 다루는 장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연출이라 잘 보기 힘들었지만, 뒤주에 갇히는 모습, 털썩하며 그 작은 공간에 들어가게 되는 동작마저 우아한 무용수의 한 동작처럼 보였다. 

 

사도 세자의 고통이 전달된 영화 <사도>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35세 전후, 왕들의 평균 수명은 그나마 10년 긴 45세였다. 영조에게 마흔이 다 되어서 얻은 아들 이선 (사도세자)는 귀하면서 동시에 그의 마음이 바빴을 것이다. 세자를 얻은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만 2세가 되기도 전에 세자로 책봉한다. 어쩌면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왕가에서 세자로 책봉되면 어미의 손에 자랄 수 없다. 왕실의 차기 왕으로서 교육을 받게 된다. 만 2세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어미의 손을 떠나 정치적 영향력이 깃든 외부인의 손에 키워진 것부터 문제이다. 

걸음마를 떼고 곧잘 걸어 다닐 무렵, 남들은 낮잠까지 챙겨가며 성장에 힘쓰고 있을 때 낮잠은 고사하고 꼭두새벽부터 왕실의 어른 들께 문안인사 다니느라 체력 소진을 다하게 된다. 현대 사람들처럼 모여 살기라도 하면 좋으려만, 왕실의 어른들은 각자의 '궁'에서 자리 보존하고 앉아있다. 그러면 만 5세쯤 되었을 어린아이가 약 300평은 족히 되는 궁을 꼭두새벽부터 다니며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순회 인사가 끝나면, 쉬는 시간 없이 성리학이 근간인 나라의 법률에 따라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체력이 약한 아이가 그 시간을 버틸 리가 없다. 현대판 고3, 아니 공시생들보다 살벌한 스케줄이 바로 조선왕들의 스케줄이다. 이렇듯 가뜩이나 힘든 일정에 영조는 더욱 세자를 강박으로 가르치게 된다. 그 이유는 영조와는 달리 사도세자의 출신이 좋기 때문이다. 영조는 항상 어머니가 무수리 출신인 탓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하지만 세자는 태어나자마자 적장자에, 집안 좋은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까지 차지하는 귀한 아들이었다. 그래서 영조는 더욱 세자를 완벽하게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조가 세자에게 묘한 '질투'를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온 가족의 사랑과, 적장자 출신이라는 완벽한 왕이 될 조건을 갖춘 세자를 보며 말이다. 그래서 영조가 극 중에서 '너는 존재 자체가 역모야'라고 했을 때,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자신의 컴플렉서(complex)를 해소하고, 흠 없는 완벽한 왕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부모에게 사랑받고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나이의 세자에게 강박적인 교육을 시킨 것 같다. 하필 어릴 적 세자는, 영조의 이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고, 영조는 이런 세자를 보며 기대치를 계속 키워갔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된 세자는 무능이 아님에도 무능으로 변하게 되었다. 

'임오화변'을 다루었던 많은 작품 중에 <사도>가 유독 사도세자의 묘사가 섬세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고증을 충실히 다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임오화변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세자의 '정신병'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말하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한중록 등의 자료에서 볼 수 있는 세자 이선의 '조현병' 또는 '의대증'과 같은 증상 묘사를 보며 절대 꾸며서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즉, 사도세자는 정말 광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한중록에 따르면, 세자 이선이 옷을 한 번 입으려면 평균 20 벌의 옷을 준비해야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조와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세자는 그때마다 입는 의복을 입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생긴 병이었던 것이다. 천이 닿기만 해도 칼에 베이는 것 마냥 고통스러웠던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을 보며 그것이 현실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연기하는 유아인과 송강호는 없고 조선의 왕 영조와 비운의 왕자 사도세자만이 보이는 <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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